명절 증후군 때문에 이혼 소송이 급증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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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 때문에 이혼 소송이 급증할까요?

˘-˘ 이혼사례

by 토파니 2020. 9. 2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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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위한 변명

 

명절이 끝나고 친분이 있는 기자들과 식사를 했습니다. 필자가 이즈음에 기자들에게 의례 받는 질문은 “명절이 지나면, 이혼 소송이 늘어나나요?”라는 것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명절증후군’, ‘명절이혼’ 등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명절 증후군이라는 것을 마케팅의 재료로 삼으려고 시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과연 명절과 이혼이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있을까요?

명절이 지나면 이혼 소송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건도 늘어난다.

명절이 지나면 이혼 소송이 증가하는 것은 통계상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필자의 경우에도 명절 직후에 선임하는 가사사건이 늘어나기는 합니다. 그런데 명절 직후에는 다른 종류의 사건도 늘어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명절 직전에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사 갈등이 있더라도, 명절 때까지는 어떻게든 갈등을 풀어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명절 전에는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가 줄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명절 직후의 이혼 소송이 증가한다는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명절이 있었던 달과 명절이 지난 다음 달에 접수된 사건 수를 비교 하면서, 명절이 지난 다음 달에 몇 %의 이혼 사건 접수가 증가 했다고 합니다. 명절이 있는 달에 접수된 사건의 수가 적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일단 명절 연휴를 제외하면, 사건 접수를 실제로 할 수 있는 날이 줄어듭니다.

명절연휴가 짧은 경우라도 거의 1주일 가량의 평일(영업일)이 줄어 듭니다. 일반적으로 휴일에 소송을 접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줄어든 출근 일수는 소송의 접수 사건 수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필자는 일률적으로 명절이 있는 달과 그 다음 달의 접수된 이혼 사건 수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혼이나 상속과 관련한 가사 분쟁이 있다고 합시다. 명절에는 나름 가족 전체가 모일 기회가 되기 때문에, 서로 모여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기 마련입니다. 다행이 이 과정에서 잘 해결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명절 연휴가 끝난 후 변호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가사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사건도 마찬가지 입니다. 명절은 최대한 즐겁게 보내려하기 마련이고, 명절만이라도 갈등을 감추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일단 분쟁을 묻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명절 직후에 잘 풀리지 않던 가정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필자는 명절 직후에 마법과 같이 가사 사건이 해결되는 경험을 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명절 연휴가 끝난 월요일 오전, 의뢰인이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합의’가 되었으니, 합의문 작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명절 기간 중에 같이 이야기를 많이 하고 화해를 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의뢰인의 가족 간의 문제인데, 쉽게 해결이 되지 않고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크지 않은 쟁점일 수도 있는데, 당사자의 자존심 문제와 결부되어 사건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커다란 부분에서는 모두 합의가 이루어 졌는데, 크지 않은 부분에서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서 양 당사자가 모두 힘든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건도 1년 넘게 쌍방이 크게 다투어 오면서, 법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한 사건인데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필자가 급히 상대방 측 변호사님에게 전화를 하니, 역시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습니다. 상대방 측 변호사님과 합의서 작성을 마치고 나서, 서로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위로의 뜻을 전했습니다. 한 사건을 가지고 장기간 다투다 보면, 변호사들 간에는 (비록 법정에서는 적으로 마주할지 모르지만) 묘한 동지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어려운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원만히 끝났다는 점에서 그런 감정이 생겨납니다.

단지 명절 증후군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 보다는, 명절이 갈등의 기폭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험상 명절 증후군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명절이 갈등의 기폭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단지 명절 기간에 있었던 감정싸움만으로 이혼에 이르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소위 명절 증후군이라는 것은 이미 그 이전에 있었던 문제가 명절을 기점으로 해서 드러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 번 명절이 지난 후에도 각종 뉴스에는 가족 간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자살한 이야기, 명절에 친척 간에 폭력을 행사한 이야기, 명절 때문에 갈등이 생겨 이혼하는 이야기 등 자극적인 기사가 마치 ‘명절’이 죄의 근원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명절 관련 뉴스에서는 좀 더 훈훈한 이야기들을 많이 보았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필자의 명절을 위한 변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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